24. 연예계라는 요지경 세상
나는 우리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 사회 전체가 얼마나 한심한 수준으로 타락해 있는지를 절감했다. 정계와 재계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법조계, 의료계, 종교계, 교육계, 문화계, 예술계, 언론계, 연예계… 우리 사회 어디를 둘러 봐도 희망의 싹이 보이는 구석이 없었다. 내가 들여다 본 우리 사회는 이미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부패와 뇌물, 협잡과 비리가 만연했고 반칙과 편법, 음모와 모략과 술수가 판을 쳤다. 건전한 직업윤리, 정직과 양심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난 몇 년간 황우석, 신정아라는 두 명의 걸출한 스타가 나타나, 허위와 가식으로 가득 찬 우리 사회를 온몸으로 웅변해 보였다. 내가 본 90년대 중반의 한국 사회도 이미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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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부적부번호 27444
후반기 교육은 출퇴근 교육이었다. 전반기에 비해 훨씬 여유가 있었다. 반도 재조정되었다. 각자 보직하게 될 업무 위주로 소규모 반으로 재편성 되었다. 우리들은 국내정보반, 해외정보반, 북한정보반, 공작반, 수사반, 심리전반, 통신반 등 각각 세부 전문 직렬 별로 나누어졌다. 나는 국내정보반에 배속되었다. 전반기 교육을 마칠 즈음에 훈육관과 진로 상담이 있었는데, 나는 “국내정보 쪽으로 가고 싶다”고 말해 놓은 터였다. 우리 반은 남녀 합해 모두 15명이었다. 후반기 교육은 주로 현장실습 위주의 교육이었다. 예를 들면, 면담유출 기법을 실습하기 위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를 접촉하여 특정한 정보를 알아내 오는 과제가 부여되기도 했다. 그 밖에 미행 감시하는 요령이라든가, 공작원을 접촉하는 방법, 공작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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