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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7. 대외협력보좌관실에서

31. ‘S 사업’ 또는 ‘N P 프로젝트’

이종찬 원장은 정치적인 야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김대중의 노벨상 노욕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김대중으로부터 차기 대권을 이어 받기 위해서는 노벨상을 안기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원장이 대외협력보좌관실을 신설한 것은 이러한 나름의 정치적인 속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벨상 업무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종О 대외협력보좌관이 가장 적임자였다. 이 보좌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북구어를 연수한 사람이었다. 노르웨이어와 관련해서는 가장 전문가였다. 그는 동구과장과 동구단장을 거쳤기 때문에 북구 사정은 누구보다도 밝았다. 국정원 내에서 전체적으로 노벨상 업무에 가장 정통한 사람이었다.

 사실, 노벨상 업무는 해외공작국 동구과 북구팀의 오래된 업무였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파견관의 주요 업무는 노벨상에 관한 일이었다. 이미 김영삼 정권 시절부터 노벨상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물론 김영삼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김대중 후보의 수상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었다. 당시 노르웨이 파견관은 최종흡 참사였다. 그는 이명박 정권에서 북한 정보를 담당하는 3차장으로 발탁된 사람이었다.

이종찬 원장은 해외공작국에서 추진하던 일상적인 노벨상 활동으로는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 활동을 성공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노벨상 수상 공작을 직접 지휘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이종찬 원장이 본격적으로 노벨상 업무를 챙기면서부터 해외공작국에서는 노벨상 업무를 “S 사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S”는 아마도 Special의 줄임말일 것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관련자들끼리는 이 업무를 “NP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NP”는 물론 Nobel Prize의 준말이다.

이종찬 원장은 1998 5노벨상 공작의 실무를 담당할 핵심 인물로 김한정이라는 인물을 특별 채용했다.[1] 김한정은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의 공보비서로 일한 적이 있는 젊은이였다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보좌관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그는 미국의 뉴저지 주에 있는 럿거스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김한정은 1997년 대선에서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미국에 체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정권 교체 후 귀국하여 할 일을 찾고 있던 중에 이 원장에게 소개되었다고 한다배기선 의원이 이종찬 원장에게 소개했다는 말이 있었다김한정은 민주당 설훈 의원의 이종 조카이기도 했다.

좀 벗어난 얘기지만김대중은 이상하게도 경상도 출신이면서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을 총애하는 경향이 있었다전라도 사람들이 자기를 구세주처럼 떠받드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나는 1994년 대정실의 부속실에서 근무할 당시 정치과 강욱О 직원이 쓴 보고서에서, “아태재단에서 젊은 연구원을 뽑는다는 첩보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아태재단에서는, “경상도 출신을 특별 우대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해두고 있었다아마 경상도 출신 젊은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 같았다나는 그 첩보를 읽은 후, “회사 집어치우고 아태재단으로나 가야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설훈과 김한정은 경상도 출신이면서 김대중의 돈독한 신임을 받았던 대표적인 인사들이었다.

내가 옆에서 지켜 본 김한정은 부지런한 사람이었다한마디로 독종이었다그의 말에 의하면, “미국에 유학할 동안 접시를 닦으면서하루 네 시간 자며 버텼다고 했다주어진 업무에 관한한 최선을 다해 반드시 이루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그는 운동권 출신이라 그런지 국정원 직원들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었다성격도 다혈질인 편이었다. 

이종찬 원장은 또한 1998년 후반기에 김한정의 노벨상 공작을 보조할 인물로 조준오라는 직원을 특채하기도 했다그는 김대중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승형 전 대법관의 조카였다아마도 조승형 씨가 직접 이 원장에게 부탁하여 채용된 것 같았다조준오는 1994년 안기부의 정규과정에 입사원서를 낸 적도 있는데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조준오는 약간 엉뚱한 구석이 있는 친구였다그는 머리는 비상했는데사고가 조직적이지 못했다사회 생활에 어딘가 문제가 있었다공무원이 되기엔 부적합한 유형의 인물이었다그는 경찰대를 다니다 퇴학당하고서울대에 들어갔다가도 자퇴하고결국 연세대를 졸업했다고 했다대학 졸업 후 대한항공에서 취직했다가 퇴사하고, “미국의 어느 항공학교로 유학을 가서 조종사 자격증을 따가지고 왔다고 했다마침 IMF 사태로 인해 비행기 조종사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중에특채되었다고 했다.



1회칠한 가면, 악마의 초상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