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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책소개 기사

美망명 김기삼씨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 출간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 PDF.pdf


<세계일보>/010.08.09()

노벨상 로비-YS·DJ 해외비자금-도청·감청-국방비리 실체 등 조목조목 공개

“책을 쓴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일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보 종사자들은 재임 중에 지득(知得)한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미덕입니다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알게 된 사실들은 나 혼자 지고 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눈이 멀어 민족을 배반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또한 안보 책임자가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발목이 잡혀 국가를 반역하는 광경도 목도했습니다. 제 양심상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민족을 배반하고, 안보 책임자가 국가를 반역하는 장면을 목격한 국가정보원 직원으로서 그 엄청난 사실을 국민에 알리기 위해서 금기를 깨고 입을 열겠다는 이야기다. 무서운 이야기다. 아니, 충격적인 이야기다. 그런 용기를 낸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김대중 서거 1주기와 그의 자서전 출간에 맞춰 ‘전직 국정원 직원의 양심증언,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비봉출판사)를 펴낸 국가정보원 6급 직원 출신 김기삼(46·현 재미 변호사)씨를 국제전화로 만났다. 김씨는 국정원 퇴직 후 혼자서 김대중정부의 반역과 비리를 추적하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미국에 망명을 한 인물이다. 김대중정부의 노벨상 수상 공작 실태와 노벨상 수상을 위한 이벤트로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거액을 지원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사용되는 실상, 김영삼·김대중정부의 무기도입 비리와 비자금 실상, 국정원의 도청 및 감청 실태 등과 관련 양심선언을 했다. 속칭 ‘×파일’로 알려진 국정원 내 특수도청조직 미림팀의 존재도 그가 최초로 밝혔다.

“몇 년간 책을 내려고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습니다. 주간 신문에 일부 게재했으나 김대중씨 측의 조직적인 압력과 소송 등으로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습니다. 김대중씨가 자서전을 낸다는 소식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출간하게 됐습니다. 김대중씨는 생전에 자신의 회고록을 내고 싶어했으나 제가 반박자료를 낼까봐 두려워 못 내다가 죽고 난 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씨는 거침이 없었다. 말은 천천히 또박또박했다. 발음은 정확했으나 약간의 경상도 사투리는 배어있었다.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늘 위협을 느끼고 있지요. 그래서 지금도 저와 제 가족 거주지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노골적으로 협박을 받기도 했지만, 미국 망명이 받아들여진 이후 조금은 안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조심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경남 밀양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 병역 의무를 필했다. 국정원 재직 중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디킨슨 법과대학을 수료했다. 1993년 국가정보원(당시는 안전기획부)에 입사한 후에는 정보학교(정규 30), 대공정책실장 부속실, 해외공작국 정보협력과, 정보학교, 국제정책실, 대외협력보좌관실, 대북전략국 등에서 근무했다. 국정원 재직 중 김대중정부의 노벨상 수상공작과 그 일환으로 추진되는 남북정상회담의 전체 과정 및 그 후속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국정원 직원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양심상 그냥 보고만 지나칠 수 없어서 이를 전국민에게 공개하기 위해 국정원을 사직했다. 2001 11월 미국으로 건너가 2003 1 30, 2 15, 3 24일 그리고 2004 5월 양심선언을 했다. 그 후 국정원으로부터 국정원 직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을 당해 2003 12월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고, 2008 4월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망명을 허락받았다.

“여러분께서는 아마도 회칠한 가면 뒤에 숨겨진 김대중의 악마적인 모습을 믿지 않으려 할지 모르겠습니다. 적과 싸우기 위한 전략물자를 수송해야 할 국정원의 행낭이 적의 군자금을 보급하는 통로로 이용되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려울 줄 압니다. 김정일은 김대중의 뇌물을 받아 고폭장치 등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물자를 파기스탄, 카자흐스탄, 프랑스 등지에서 구입했습니다. 김정일은 또한 이 돈으로 카자흐스탄으로부터 40대의 신예 미그기를 도입하였고, 러시아로부터는 잠수함과 탱크 등 첨단무기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본 대한민국’ 및 ‘저자 후기’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안보 현실과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싣고 있다. 특히 제2부는 저자 자신의 사람됨을 이해하고 그가 양심선언을 하게 된 동기와 그 진정성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되는 부분과 ‘국정원에서의 저자 자신의 직간접적 체험’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대중이 목에 걸고 자랑스러워한 노벨상은 실로 북한 동포들의 피눈물과 절규, 그리고 우리 국민의 혈세가 어우러져 응결된 결정체입니다. 지금 김대중은 잔설처럼 남아 있는 권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과거의 추악한 범죄 흔적을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합니다.

그가 국정원에 근무한 7년간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후반기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시절 전반기에 해당한다. 당시 국정원 내에서 그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와 그 안에서 겪고 보고 들은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공개되었을 때 국익에 해가 되는 부분과 김정일이 좋아할 부분을 제외하고, 김대중 정권의 실체와 남북관계의 실상, 그리고 그가 말하는 ‘민주, 인권, 평화, 통일’이 함의하고 있는 것이 과연 어떤 성격의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들만 추려서 공개했다.

“제가 책을 쓰는 데 있어 특히 보안문제를 고려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안에 관한 제 나름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국익입니다. 아무리 중요하고 아무리 얘기하고 싶은 내용이라도, 알려져서 김정일에게 이로운 내용이라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책에서 노벨상 로비 의혹에 대해 이종찬 초대 국정원장이 1998 8월 원장 직속으로 대외협력보좌관을 신설해 김대중씨의 비서 출신 김○정씨를 앉히면서 본격화됐다고 했다.·그는 북한에 줬다는 15억달러와 관련, “남과 북은 1999 12월 말 ‘국정원 외교행낭(파우치)’을 이용하여 유로화로 15억달러를 송금하기로 합의했다”는 김정남의 말을 인용했다. 김정남은 자신의 자문역할을 하던 대북사업가 윤홍준씨에게 이 말을 직접 했고, 김기삼씨는 윤씨로부터 이 말을 직접 들었다고 서술했다.

김씨는 15억달러는 현대그룹이 마련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15억달러가 사실이면 노무현정부 때 대북송금 특검에서 밝혀진 5억달러와는 큰 차이가 난다. 그는 “햇볕정책이란 이름의 기만적인 대북정책이 노벨상을 타기 위한 속임수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밖에도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맹목적으로, 셀 수도 없이 북한을 감싸고 돌았다”면서 간첩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고송두율씨의 북한 공작원 인지 순간부터 확인할 때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 스스로가 수사협조도 가능하다고 밝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액수·은닉 장소·관리 실체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털어놨다.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해 구미에서도 출간하겠다고 밝힌 김씨는 서울에서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일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통이 되는 이 지독한 시대는 하루빨리 끝내야 할 것입니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이 끔찍한 세상은 어서 빨리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의 안보를 가지고 장난치는 자가 더 이상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저의 이 글이 우리의 안보 현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빕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