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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5. 문민정권의 뒤안길 II

24. 연예계라는 요지경 세상 나는 우리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 사회 전체가 얼마나 한심한 수준으로 타락해 있는지를 절감했다. 정계와 재계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법조계, 의료계, 종교계, 교육계, 문화계, 예술계, 언론계, 연예계… 우리 사회 어디를 둘러 봐도 희망의 싹이 보이는 구석이 없었다. 내가 들여다 본 우리 사회는 이미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부패와 뇌물, 협잡과 비리가 만연했고 반칙과 편법, 음모와 모략과 술수가 판을 쳤다. 건전한 직업윤리, 정직과 양심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난 몇 년간 황우석, 신정아라는 두 명의 걸출한 스타가 나타나, 허위와 가식으로 가득 찬 우리 사회를 온몸으로 웅변해 보였다. 내가 본 90년대 중반의 한국 사회도 이미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정.. 더보기
23. “뉴스로 뉴스를 덮어라” 문민정권의 출범은 그야말로 창대했다. 애초에 문민정권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문민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사정을 칼날을 들이 대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온 사회에 겁 없는 망나니의 칼춤이 어른거렸다.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군대 내 사조직과 특정 인맥을 과감하게 잘라 냈다. 엘리트 장교가 쫓겨 나간 자리엔, 또 다른 부패한 인물들이 들어섰다. 비록 기득권 층의 반발과 개혁세력을 준비부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법조계와 교육계 등 사회 각 분야의 뿌리 깊은 고질병을 도려내기 위해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시도한 점은 인정해줄만 했다. 몇 가지 부분에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민주화에 큰 진전을 이루어 냈다. 전격적인 금융실명제 실시와 공직자 재산.. 더보기
22. 문민정권과 언론 문민정권은 지나치게 여론에 신경을 썼다. 대통령 자신이 언론의 보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는 짧은 신문과 생활과 대정실 보좌원으로 근무하면서 정권과 정보기관과 언론간의 관계에 대해 참 많이도 보고 들었다. 내가 대정실에 근무하던 94년도에도 이미 정권과 언론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당시 김영삼 정권도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문민정권은 언론 사정이라는 칼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기는 했지만, 실제로 직접 들이대지는 않았다. 한 번은 오 실장이 조선일보 김철 부장을 초청하여 대정실 직원들에게 언론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김철 부장은, “대한민국의 언론은 무조건 조져야 한다. 주먹으로 대하는 게 제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나는 그 얘.. 더보기
21. “여의도 김소장입니다” 나는 문민정권의 화려한 비상과 허무한 결말이, “김영삼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향에 많은 원인이 있다”고 판단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간파하고 충족시킬 줄 아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정권 초기에는, 이러한 성향 덕택에 국민들로부터 초유의 인기를 누렸다. 한 때 지지율이 90%대에 육박했다. 대통령 자신이, “지나치게 높은 지지율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논리적이고 치밀한 사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평소 그의 지론은,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가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솔직해 인정한 셈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조깅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정작 그는 머리 좋은 사람을 찾아 쓰는 데는 별.. 더보기
20. “안기부가 정무수석 직속이냐?” 돌이켜보면, 대공정책실 보좌원으로 1년간 근무하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보고 들었다. 권력의 턱 밑에서 일하다 보니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었다. 장막 뒤편에서 정치 권력이 지어 보이는 음흉한 미소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무대 뒤편에서 정치 권력이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종필 총재의 관계가 깨어지는 과정은 실시간으로 중계하듯이 지켜 보았다. 초등학교 어린애들 다툼 같아 보였다. 아니 그보다도 못해 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사건사고가 봇물 터진 듯 일어나고, 사회 각계 각층의 집단적인 이해관계가 충돌했을 때, 아마추어 문민정부가 갈팡질팡 허둥거리던 장면도 가까이서 관찰하였다. 정치와 언론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기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