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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머리말/목차/저자후기

저자 후기

책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조국의 젊은 세대에게 몇 마디 권고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나는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이 우리 사회와 기성 세대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과 불만을 이해한다. 변화와 개혁을 염원하는 젊은 세대의 소망은 숭고한 것이다.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기성 세대를 비판하기 전에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0 3 26일 밤, 서해에서 훈련 중이던 우리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고 즉석에서 침몰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46명의 꽃다운 수병이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호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지난 10년 간의 햇볕정책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시절 대북 유화정책의 결과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찾아낸 명백한 물증 앞에서도 종북 좌파 세력들은 온갖 잡쓰레기 음모론을 퍼뜨리면서 우리 국민과 국제 사회를 기만하려 들었다. 그들은 뻔뻔스럽게도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을 부인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의 선전선동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또는 믿고 싶어하지 않는, 국민이 무려 30 %에 달하게 되었다. 이것이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나는 우리의 젊은 후배들에게,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와 번영이 어떻게 해서 누구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는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진심으로 권고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과연 어떻게 해서 만들어 졌고 어떻게 해서 유지되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올바로 인식할 때에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르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세 세대 이전에, 우리는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국권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는 일제가 일으킨 대동아전쟁에 동원되어 원하지 않는 참화를 입었다. 젊은이들은 군인으로 징집되고 강제 노역에 징용되었다. 수많은 처녀들도 정신대라는 미명 하에 반강제로 동원되어 처참한 인권유린을 당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국권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의 손을 빌었다. 그 결과 나라가 두동강이 났다.

분단의 댓가는 가혹한 것이었다. 우리는 3년간 참혹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어야 했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전 국민의 약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인명이 희생되었다. 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제외하고는, 단일 사건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피해였다. 부상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이 생이별하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우리 민족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가 되고 말았다. 이는 분명히 김일성 집단의 침략전쟁의 결과였다. 김정일 집단은 아직도 자신의 침략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불과 두 세대 이전에,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하고 비참한 나라였다. 일제의 수탈과 대동아전쟁, 그리고 곧이은 전쟁으로 인해 국토는 철저히 황폐화 되었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아프리카의 오지의 일부 국가 뿐이었다. 한 때는 필리핀이 우리보다 한참 앞선 선진국이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의 국가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다. 우리에게는 자본도 기술도 없었다. 맨주먹 밖에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다.

나는 군사독재를 찬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군사독재를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사의 한 단계에서 그들의 공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사실 우리나라의 군부독재는 세계 어느나라의 군부독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능한 집단이었다. 1930년대 소비에트를 제외하고는 단기간에 우리같은 성과를 거둔 예가 없다.  게다가 우리의 군부독재는 비교적청렴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북한 김정일 집단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극단적인 폭압체제이다. 이들은 공산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극단적으로 이기적이고 극도로 낙후된 봉건 왕조정권일 뿐이다. 그들의 주체사상이란 것은 고대 이집트의 신권 정치에서나 있을 법한 사고체계이다. 김정일 집단은 히틀러 정권과 비견될만한 광기의 집단이다. 이들에게서 인간성이나, 이성이나 합리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또한 미국에 대해서도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 나는 친미주의자로 비춰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가 미국을 비난하더라도 근거를 가지고 비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미관계를 이야기 할 때, 제너널셔만호 사건, 카스라-테프트 조약, 에치슨 라인 등을 거론하기 이전에, 미국은 우리를 일제로부터 해방시켜 준 해방군이었고 -비록 다소의 실수는 있었지만- 5만 여명의 젊은 생명을 희생해 가며 우리를 지켜준 구원군이었다는 사실을 먼저 되새겨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국제정치적인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라는 세계 최강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살고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언제 어떻게 변할런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런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휴전선이라는 휴화산이 언제 다시 활화산으로 번질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지만, 사실은 우리는 세계 변방의 작은 구석에 있는 나라에 불과하다. 월드컵에서 16, 8강이 아니라 우승하더라도 우리의 국력이 갑자기 불어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우스개 소리로, 겁없이 미국에 대드는 유일한 나라가 북한이고, 일본을 우습게 보는 유일한 나라가 남한이라는 말이 있다. 마치 남북한이 힘을 합치면 무서울 게 없다는 투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군사력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우리는 아직 한심한 수준이다. 국방비 규모만 비교해 봐도 우리의 처지를 알 수 있다. GDP 대비 국방비의 지출은, 우리는 약 3 %, 일본은 약 1%, 미국은 약 5 % 정도가 된다. 일본의 GDP 규모가 우리의 여섯 배 정도이기 때문에 일본의 국방비는 우리의 2.5배 정도가 된다. 미국의 GDP 규모는 우리의 약 12배 정도 되기 때문에, 미국의 국방비의 규모는 우리보다 25배 정도가 된다. 이에 기술력이라는 요소를 추가로 감안하면 실질적인 군사력의 격차는 이보다 훨씬 심각해진다.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역사와 환경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평화를 구걸해서 성공한 예가 없다. 평화를 돈으로 사서 일시적으로 성공한 듯 보인 적은 있지만, 그것도 대개 오래가지 못했다. 평화는 외친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다. 평화는 쟁취하는 것이다. 평화는 누릴 자격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전쟁을 잊으면 평화가 깨진다. 그래서, 평화를 지키고자 한다면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업은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민족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자유민주주의의 완성도 시장민주주의의 성숙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또한 극악한 폭압 아래 신음하고 있는 우리 동족을 구해내야 한다. 헐벗고 굶주리는 동족을 하루라도 먼저 살려내야 한다. 우리는 민족적인 양심을 회복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불의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하고, 우리 동포들의 비참한 처지에 동정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절, 냉전시대 때에 우리는 미국이 예를 들고 싶어하던 모범적인 개발국가였다. 단기간에 우리처럼 압축성장을 거둔 나라는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가 이만큼 먹고 살게 된 것이, 단지 우리가 잘나고 부지런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경제적으로 또는 안보상으로 미국의 원조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우리의 젊은 세대들에게 대북문제와 한미관계를 판단할 때 어설픈 민족주의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충언하고 싶다. 우리는 진정 어떻게 하는 것이 민족의 이익에 부합(符合)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수백만 동포를 굶겨 죽인 악마를 추종하는 세력은 항상 민족을 제일 먼저 내세운다. “우리민족끼리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일말의 동포애를 느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한 남북의 현실이 감상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들도 많은 부분 잘못 전달되었거나 왜곡된 메시지로 인해 생긴 것이다. 한미간에 이간질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의도적으로 전파한 것들이다. 이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끊임없이 이 같은 일을 반복해 왔다. 이제 그들은 그 결실을 앞두고 있다고 믿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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